입력2006.04.02 01:40
수정2006.04.02 01:41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소추위원측 증거조사 신청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심리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거조사란 재판 당사자 간에 주장이 엇갈릴 경우 재판부가 최종 판단에 앞서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로, 헌법재판소법 일반심판절차에는 당사자의 신청이 수락되거나 재판부 직권에 따라 당사자 본인 및 증인에 대한 신문, 각종사실조회, 현장검증 등의 형태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어느 수준에서 증거조사를 허락하느냐에 따라총선 등과 맞물려 관심사안이 되고 있는 `탄핵심리 기간'이 연장될 수 있고, 소추위원측 증거조사 요청이 수락될 경우 재판부가 해당 탄핵사유의 타당성을 일정 수준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국회 소추위원측이 이미 재판부에 대통령에 대한 신문을 신청할 방침을 세웠다는 점을 봐서도 의욕적으로 탄핵사유 각각에 대해 면밀한 증거조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통령 법정대리인단은 경제파탄이나 측근비리 등은 탄핵사유가 못되고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의 선거법 9조 위반 문제의 경우 이미 사실관계가 공공연히 드러나 있는 만큼 기자회견 녹화물 제출 등 최소한의 증거조사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관건은 소추위원측에서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세 가지 탄핵사유가과연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재판부가 먼저 판단을 내릴지 아니면 증거조사를 허락하고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탄핵사유와 결부지을 지 여부다.
전자의 경우 재판부가 증거조사 필요성을 판단하려다 주 심리대상인 세 가지 탄핵사유에 대해 `의중'을 드러내게 되고, 후자의 경우 경제파탄이나 측근비리 등 대통령의 개입여부가 모호한 부분에 조사가 집중돼 심리일정이 많이 지연될 공산이 커재판부로선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탄핵사유를 따진 뒤 관련 증거요청의 수락여부를 결정할지 아니면 또 다른 기준으로 수락 여부를 결정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변론 당일에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증거조사가 대체로 받아들여진다면 소추위원의 입장에서는 법리적 성격이 짙은 `선거법 위반' 부분보다는 경제파탄이나 측근비리 등의 탄핵사유와 관련된 조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측근비리와 관련된 증거조사가 수락되면 안희정.최도술씨 등 측근비리 연루자들이 법정 증인이 돼 일일이 신문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경제파탄이라는 사유의 경우 노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경제지표에 대한 관계기관 사실조회 등 많은자료가 필요해 소요기간이나 절차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헌법재판소법 상 측근비리처럼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자료송부를 요청할 수 없고, `경제파탄'이라는 사유도 성격상 노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아 두 사유에 대한 증거조사가 받아들여지지않을 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오는 30일 결정될 2차 변론기일에 소추위원측이 어느 수준의 증거조사를 요청하고 헌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