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우(溫州) 복부인들이 사라졌다.' 요즘 상하이 부동산시장에 나도는 말이다. 상하이 부동산시장의 큰손이었던 저장(浙江)성 원저우 출신 투기단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지난해 30% 가까이 상승했던 상하이 주택가격은 하락세가 역력하다. '원저우 복부인'들의 다음 타깃은 베이징이라는 게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초 분양에 들어간 베이징 주상복합건물인 진촨광창(金泉廣場)과 통용스타이(通用時代)의 경우 원저우인들이 일부 층을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활약' 덕택에 베이징 부동산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원저우 자금의 위력을 보여준다. 원저우는 중국에서도 돈 많기로 유명한 도시다. 복장 라이터 구두 등 가공업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이 지역 주민예금은 약 1천6백억위안(1위안=약 1백45원)으로 중국 전체 예금의 10%에 달하고 있다. 원저우인들이 원저우 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금은 약 1천억위안.이중 약 6백억위안이 부동산 시장에서 흘러 다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저우인들의 부동산투자 특징은 떼지어 몰려다닌다는 것.상하이에서 원저우 투기단은 적게는 45명,많게는 1백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저우엔 수백명의 회원들을 갖고 있는 부동산 투자클럽이 수두룩하다. 그들이 지나간 뒤에는 여지없이 집값이 뛴다. 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유는 '투자의 안전성'을 위해서다. 여러 사람이 뭉쳐 가격을 조작하기도 하고 또 부동산개발상과 단체로 협상,더 싼값에 물건을 확보하기도 한다. 그들은 수익을 챙겼다고 생각되면 미련없이 보유 부동산을 팔아 치우고 차익을 챙겨 사라진다. 투기단 결성은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인들의 상술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가족 이웃 등 주변 사람들과 사업을 함께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기들끼리 지하은행을 결성,자금을 융통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의 원저우 복부인에서 면면히 흐르고 있는 중국 전통 상술의 힘을 느끼게 된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