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4월1일 개봉 '마지막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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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지마을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두 경찰이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최 형사는 제복을 훌렁 벗고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고 순경은 이웃 주민의 농토에 쟁기질을 대신 해 준다.
범죄가 없는 이 파출소는 상부의 구조조정 시책에 따라 폐쇄 위기에 처한다.
급기야 두 형사는 범죄사건을 늘리기 위해 '범죄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두 형사를 앞세운 버디 영화 '마지막 늑대'(감독 구자홍·제작 제네시스픽쳐스)는 형사액션물보다는 독특한 발상에 기댄 코미디에 가깝다.
경찰이 스스로 범죄를 유발하는 플롯은 한국 형사영화 계보에선 처음이다.
최근 개봉된 스웨덴 영화 '깝스'가 이 작품과 유사한 플롯을 취했지만 세부 내용은 다르다.
경찰 버디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흔히 신·구세대나 정반대 성격의 인물로 짝짓기해 범인 소탕에 나서지만 이 영화에서는 드물게도 한 쪽이 아예 일하기 싫어하는 타입이다.
'속도의 시대'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득한 최 형사(양동근)가 문제의 인물이다.
그는 한때 서울에서 강력범 검거에 공훈을 세운 열혈 형사였지만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돌연 벽지행을 선택했다.
때문에 그는 일과시간에도 삼림욕을 즐긴다.
'농땡이 형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사회적 출세와 성공보다 개인의 안정된 삶을 희구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까닭이다.
여유로운 삶이란 물질과 욕망이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멸종 동물'과 다름없다.
제목 '마지막 늑대'는 바쁜 일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자유'이자 '보호되어야만 할 자연'을 의미한다.
종반부에서 문화재 강탈범과의 한판 싸움에 야생 늑대가 끼여들어 숨지는 장면은 인간의 손길이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골 생활의 혜택을 모른 채 무작정 도시 형사가 되려는 고 순경의 행보는 대도시의 관객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의 상반된 행동이 작은 웃음들을 끊임없이 선사하지만 극적 반전의 묘미는 적다.
형사영화들이 무기로 내세우는 힘있는 액션 장면도 도입부와 종반부에 약간 비칠 뿐이다.
4월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