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상도를 보면 곧 바로 태풍이 몰아칠 형세다.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다.총선을 앞두고 국회의 탄핵결의가 있자 반대와 찬성의 데모대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서로 목소리 높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국론의 분열이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난 적이 또 있었던가. 정치상황과 경제살림은 무관할 수 있는가? 엊그제 보도에 따르면,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분양에 8조원의 자금이 몰려 3백50대 1의 경쟁을 보였다. 한편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박수근 작 '한일'(閑日)이 한국 현대 예술품으로는 최고가격인 1백23만여달러(14억6천여만원)로 낙찰됐다. 누가 샀을까. 짐작하건대 한국인일 것이다. 정치판의 아비규환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한가롭게' 정상가동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나? 하기야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들이 내다보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4% 내지 5%라 한다. 일부 기관들은 최근의 경제 여건 변화를 감안해 약간 상향조정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한다. 특히 수출호황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당초 연간 흑자 예상치 60억달러를 앞당겨 상반기에 달성할 공산이 크다. 반갑지 않은 것은 내수경기 위축에 따른 수입 감소가 흑자 늘리기에 한몫했다는 사실이고, 불안한 것은 철강재·원유가 등 원자재 국제시장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어 이미 생산원가에 상당한 인상압력을 가하고 있고 조만간 소비자 물가도 들먹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겉으로는 국가 신용도의 하향조정내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그러할 것인가? 실제로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투자대상국으로서 한국의 시장은 떫은 맛으로 바뀌고, 반면 중국과 인도는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시장으로 투자자금을 독식하고 있다. 여기에는 거대한 시장규모,장기지속이 예상되는 고도성장,규제완화,견딜 만한 시장질서 등이 작용하고 있다. 요즘 정치판은 차떼기의 큰 도둑과 가방떼기나 봉투떼기의 좀도둑간의 싸움으로 비쳐진다. 정치인들의 윤리성은 상대적인 문제이다. 결벽성을 내세우는 정치는 그야말로 비생산적 허구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잘만 되면 정치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할수 있다.정치가 민간의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질서의 테두리를 마련해주는 불요불가결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부정·부패의 고리를 절단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정치인들의 과거 행적을 사후적으로 보면 분명히 윤리성에 상대적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사전적으로는 그들의 잠재적 도덕성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경제 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여야가 장군멍군일 것 같다. 야당의 과거의 관치와 기업 등치기 행적,여당의 반시장적 민중동원 경향을 보면 우열을 말하기 어렵다. 오늘날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최대변수는 여전히 노동시장에 있다. 여권의 비호를 받는 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기업들이 순이익의 5%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노조 극성 때문에 기업이 임금수준 동결, 유연성 확보를 위해 늘릴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라는 얘기다. 올해 총선은 이른바 보수·진보 간의 대회전이 될 것 같다.여야간에 상호 비판하는 험담수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보수 진영이라고 모두 썩은 자들만의 모임이겠는가. 그간 성실 정직하게 살아 온 다수는 소수의 부패 인사들 때문에 몰매를 맞고 있다. 진보진영이라고 철새가 없고 잡티가 없겠는가. 서로 흠집 내기,겁주기 총력전에 나서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들의 이전투구가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그러나 먹구름 틈 사이로 햇볕이 보이기도 한다. 선관위의 50배 범칙금 물리기 조치 덕분에 돈 뿌리기 관행이 움츠러들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가 될 것 같다. 반면 길거리에 '문화 행사'라는 이름의 집회들이 선거 분위기를 흐리고 국가 신인도에 흠이 되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판명되든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는 방향으로만 정치판이 꾸며진다면 정치 기상이 계속 흐릴 수 없다. 선거 후 정치가 실용주의로 회귀한다는 바로 그 조건이 한국 경제의 진로를 판가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