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내놓은 '서민금융 내실화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에 관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구조를 현행 만기 3년, 일시납에서 만기 10년 이상,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바꿔 놓겠다는 전략이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같은 만기구조 변경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올해 42조원 만기 도래


올해부터 가계대출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전체 가계대출 2백52조원(작년 말 현재) 가운데 1백5조원(41.6%)의 만기가 올해로 설정돼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만기 도래액은 42조1천억원으로 작년 28조1천억원에 비해 50%가량 많다.


금융 당국이 우려하는 상황은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경쟁적으로 회수하는 시나리오다.


'대출금 회수→부동산 매물 확대→주택 가격 폭락→가계신용 악화→금융회사 부실화→대출 회수 가속화'의 악순환으로 경제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 대출 만기구조 변경


우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금의 만기를 최대한 연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미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이자 연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기를 연장하라고 금융회사에 엄명을 내렸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장기로 전환하는 것도 중점 추진 과제다.


올해 만기 도래한 대출금을 이제까지처럼 1년간만 연장해 주면 내년에 똑같은 '만기대란'이 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5년 동안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가량을 만기 10년 이상짜리 대출로 바꿔 놓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대출금 상환방법을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기 일시 상환'에서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변경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신규 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저리 모기지론을 활성화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모기지론은 만기가 최소 10년이며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모기지론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우선 모기지론 취급 기관의 '유동비율' 부담을 없애주기로 했다.


현행 은행감독 규정은 3개월 이내에 회수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이 3개월 내에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보다 많아야 한다(유동비율 1백% 이상)고 규정하고 있다.


만기가 긴 모기지론을 많이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유동자산이 줄어들어 유동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정부는 모기지론 취급 금액 대부분을 유동자산으로 인정해 주기로 해 걸림돌을 제거했다.


아울러 만기 10년 이상 장기 주택저당대출금의 이자 상환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 1천만원까지로 확대했다.



◆ 만기 늘리면 고금리 적용


만기 장기화 정책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만기를 장기화하면 대출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현행 3년 만기 대출의 금리(변동금리부)는 연 5.5∼6% 수준.


이를 1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경우 적용금리는 연 8∼9%로 높아진다.


1억원 대출시 연간 이자가 5백50만∼6백만원에서 8백만∼9백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10년 만기 변동금리 대출로 바꾸더라도 0.5∼1%포인트가량 가산금리가 붙게 돼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이 같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할지에 대해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민 금융회사들의 부실화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소액 신용대출의 53%가 연체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서민금융 회사들의 연쇄 부도 사태가 재현될 경우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만기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