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0회 보령의료봉사상을 받은 상계동 은명내과의원 김경희 원장(85)은 60년 넘는 세월 동안 어려운 이웃에 인술을 펼쳐온 한국의 '슈바이처'로 통한다. 김 원장은 85세의 나이에도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이웃 주민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세브란스의대에 재학할 때부터 봉사활동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어렸을 때 친구가 결핵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몹시 슬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의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지요." 그는 병원 내 무료진료실 근무를 자청해 가난한 환자들을 돌봤다. 또 일주일에 한번씩 고아원을 방문,아이들의 건강도 보살펴주었다. 1943년 세브란스의대를 졸업한 그는 신림동과 청계천,답십리,망원동의 불우한 이웃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그 후 84년 자리잡은 곳이 상계동이다. 이 곳에서 그는 '1천원진료'를 시작했다. 지역의료보험이 없던 당시 직장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모든 진료를 1천원만 받고 한 것이다. 그는 1천원진료를 89년 지역의료보험이 실시될 때까지 계속했다. 이와 함께 장학사업도 시작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것이 어느덧 20년이 됐다. 지금까지 김 원장의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은 2천2백여명에 이른다. 액수로는 8억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회도 조직했다. 4년 동안 36명의 어린이들을 무료로 수술해 새 생명을 안겨주었다. 지체부자유자들을 위한 무료 심부름센터도 열었다. 거동이 불편한 지체부자유자들을 위해 전화만 하면 차를 보내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도록 했다. 최근에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은명마을'이다. 김 원장은 상계동 내 형편이 어려운 1백가구의 가장 역할을 맡는 은명마을이란 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다. 그는 한 달에 2번씩 이들을 방문해 무료로 진료하고 말동무가 돼준다. 살림살이와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심지어 고장난 TV도 고쳐준다. 그는 또 1년에 2번씩 버스를 빌려 은명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풍을 떠난다. 김 원장은 "은명마을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외로움에 지쳐있다"며 "이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료급식과 공부방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빌딩의 한 층을 전세내 급식소를 설치,교회 목사와 함께 매일마다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한켠에는 무료 공부방이 마련돼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이어갈 후계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사명감을 갖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는 "의미있고 보람있는 삶을 찾는 젊은이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