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17
수정2006.04.02 01:19
정부가 감사원에 공공연하게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행 감사원법은 국무총리만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대통령의 개입
을 견제하고 있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기구지만 직무상 독립을 견지하고 있기 때
문이다.
때문에 고 대행이 이같은 집단행동을 강한 어조로 경고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전례가 드문 감사원 감사요구를 선택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 소속기관이라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위상'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임.비상임위원의 `신분'이 고려됐다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행정자치부나 국무조정실 감찰반도 `시국선언' 가담자를 직무감찰할 권한은 있지만 이 보다는 대통령 소속기관으로서 `동급'이면서 정부부처보다 더 강한 감사력을 행사해온 감사원이 나서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조실 고위관계자는 "위상면에서 봤을 때 국조실이나 행자부가 문제의 위법성을 철저히 보기는 어렵다"면서 "감사원 감사는 정부부처 감사와는 달리 자료 강제제출권에서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같은 행정부 `울타리'내에서 감사하는 것보다는 행정기관이지만 독립기관으로 인식되는 감사원이 나서는게 공정성 시비가 적고, 공직사회 파급 효과가 크며, 감사결과에 대한 국민 설득도 용이하리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밖에 `시국선언' 관련자에 대해 중징계가 따르더라도 감사원이 나서면 고 대행으로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직 인사에 대해 직접 인사처분을 내리는 부담을 더는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의 첫 감사원장으로 임명된 전윤철 원장의 의욕과 추진력도 이번 조사를 감사원이 맡는데 함께 고려됐다고 국조실 관계자가 귀띔했다.
감사원은 즉각 이날 오후 의문사진상규명위에 감사인력을 투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부분 준 공무원 신분인 의문사진상규명위 `시국선언' 발표자의 행위가 공무원 집단행위 금지조항과 정치행위 금지규정에 해당하는지를 집중검토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 38조가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 위원 또는 직원은 형법, 기타 법률에 따른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들이 처벌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