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탄핵정국 5일만에 그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원ㆍ달러환율은 엔ㆍ달러환율에 연동되고,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이 미국시장의 동향에 따라 매매하는 전형적 패턴으로 돌아갔다.


금융시장이 '탄핵태풍'에서 벗어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및 국제테러 등 해외변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이다.



16일 국내증시가 하락한 것도 전세계적으로 테러공포가 확산되면서 전날 미국 및 유럽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홍성국 부장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탄핵보다는 미국시장에 연동되는 모습이 확연하다"며 "시장이 펀더멘털로 회귀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테러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ㆍ미 증시 동조화 재현


지난달까지만해도 한국증시가 미국증시와 디커플링(decoupling)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했다.


뉴욕 나스닥지수나 다우지수가 떨어져도 외국인은 국내시장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미국지수는 국내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한국증시는 철저히 미국시장에 연동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이날 1천4백20억원 순매도를 한 것도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1백40포인트 가량 급락한 결과다.


외국인은 국내증시가 탄핵소추 의결로 패닉에 빠졌던 지난 12일엔 오히려 4백억원어치 이상 사들였다.


전날 다우지수가 1백20포인트 가량 상승해서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탄핵사태는 외국인의 매매전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철저하게 미국증시와 연동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매매비중 급감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은 편이다.


올들어 수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되고 있다.


내수경기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나, 바닥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주식의 매매비중을 크게 줄이며 관망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테러 등의 돌발변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대우증권 홍 부장은 "지난달 하루 평균 20%가 넘었던 외국인 매매비중이 최근에는 1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며 "미국의 경기지표가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익실현 여부를 고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테러공포의 여파는 달러가치 급락과 원유가격 급등을 유발, 한국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미국증시가 추세적인 약세로 돌아선다면 외국인의 매물이 단기간에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제 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김선배 전무는 "외국인이 풍부한 대기자금을 가지고 매수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며 "수급이 재료에 우선하는 증시의 법칙이 다시 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9ㆍ11테러 때처럼 돌발변수의 위력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주현 기자 forest@hn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