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섬에 따라 경제정책 결정 및 조정 시스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요 경제정책 결정은 사실상 청와대 정책실이 주도해 왔다. 정책실이 경제정책을 결정하면 이를 받아 경제부총리가 집행을 담당하는 구도였다. 부처간 이견도 정책실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헌재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미시정책 결정의 중심은 점차 재정경제부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섬에 따라 경제정책 결정은 물론 정책조정의 중심이 경제부총리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같은 흐름은 청와대 정책실의 위상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대통령 탄핵가결 후 정책실은 일단 대통령과 같은 수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게 돼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국무총리실과의 관계로 볼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정책 진행을 지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청와대 정책실은 사안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면서, 탄핵으로 정상업무가 중단된 노무현 대통령이 중ㆍ장기 경제정책을 구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준에서 업무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책결정과 조정 기능을 맡아온 청와대 정책실은 2선으로 물러나고 국무총리실이 그 업무의 상당부분을 떠안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국무총리실의 위상과 역량을 감안한다면 총리실은 경제정책 결정과 조정보다는 경제 현안을 점검하고 정치 사회적인 안정을 꾀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부총리는 취임에 앞서 노 대통령과 경제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 방향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 상태란 점도 탄핵정국에서 이 부총리의 행동반경을 넓혀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