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탄핵정국과 경쟁전략..文煇昌 <서울대 교수ㆍ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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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으로 야당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여론 조사에서는 야당지지율이 더 떨어져 대통령과 야당 모두가 또 다시 패배자가 됐다.
이렇게 정치권 모두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경쟁전략의 핵심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란 흔히 경쟁자에 대한 대응책으로 생각하고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해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상대의 약점을 과장하고 자기의 약점을 숨기는 것이다.
결과는 자타공멸이다.
야당의 대통령에 대한 사과요구,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과 관련된 10분의 1 발언 등이 모두 경쟁자를 깎아내리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경쟁의 진정한 상대자는 수요자다.
기업경영에 있어 훌륭한 경영자는 경쟁기업보다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의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자사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쟁기업의 약점을 잡아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경쟁기업의 장점을 배워서(벤치마킹) 자사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판에 이러한 논리를 적용해 보면 정치 수요자는 국민이니,정치인은 반대파에 대한 공격보다는 국민의 복지를 높여주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탄핵소추의결 전날 대통령의 담화문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던 이유는,그것이 대통령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국민 복지향상과는 관련 없는 얘기였기 때문이다.국회의결 직후 야당이 의회주의의 승리 등을 운운했지만 역시 국민복지와 상관없는 얘기다.
대통령이나 야당 모두가 수요자가 아닌 경쟁자를 의식한 것이다.
'경쟁전략'에 있어서 '전략'이라는 개념도 정치가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다.
전략이란 특정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묘수풀이가 아니라 이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합해 핵심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탄핵정국과 관련된 정치판에서는 귀중한 자원을 낭비했고 핵심역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반 시장 메커니즘에서였다면 벌써 퇴출됐어야 했다.
이러한 비효율성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선경제는 별로 문제가 안될 것이다.
국가신인도는 불확실한 경제정책을 남발할 때 문제가 되는데,현 대행체제에서는 선거용 선심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오히려 더욱 안정된 경제상황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도 당분간은 불안하겠지만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군에서 동요가 없고,한·미 동맹관계도 전과 같다.
6자회담 관련 국가들 간에도 정책변화가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치상황은 다르다.
정치권에서 첫 단추를 잘못 채웠으니 그 관성으로 계속 자충수를 두어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파국을 막고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경쟁전략의 '경쟁'과 '전략'의 진정한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파국을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우리 국민이다.
앞으로 탄핵과 관련된 찬반 집회가 많이 열릴 것이다.
여기서 상호간 정치공방은 하되 폭력은 금물이다.
폭력이 남발한다면 우리는 다시 후진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난 월드컵 때 열정적이면서도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경험이 있다.
또 다시 이러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권한대행내각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부정부패가 없는 선거를 중립으로 치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야당의 공격대상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으니 오해의 소지도 별로 없다.
대행내각이라 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모범적인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많은 외신들은 우리의 탄핵정국을 불안스럽게 보고 있다.
'북한핵보다 더 위험''경제에 악영향''분열된 한국인들' 등이 그들의 헤드라인이다.
이들은 아직도 우리의 저력을 모르고 있다.
한국이 이제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 줄 때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