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탄핵 후 폭풍이 거세게 불고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민주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갈등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도 여론악화를 감안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이번주로 구상했던 선거대책위 출범도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탄핵 가결 이후 당 지지도가 급락하는 데 대해 "국정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대개최가 1주일 이상 늦춰졌고,비대위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어나는 등 벌써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14일 탄핵에 따른 역풍이 워낙 강해 전대 자체가 묻혀버릴 수 있다는 판단아래 전대를 이달말께 개최키로 일정을 조정했다. 또 전대에 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당 지지도를 추스려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소장파들은 "비대위 구성은 전대를 무산시키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판단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 대표 선출이 늦어짐에 따라 선대위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탄핵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본격적인 총선체제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후 생각못한 후폭풍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노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받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17대 총선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친노(親盧)·반노(反盧)의 사생 결단식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도 "국민들의 정서상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혼란을 선동해도 성숙된 국민 역량으로 바로 극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민주당=탄핵에 반대했던 설훈 조성준 정범구 박종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야당이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은 잘못으로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탄핵가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식과 양심에 비추어 탄핵발의는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 대표와 지도부는 탄핵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하며 이 길만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도부 대응을 보고 추후 조직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며 "지금은 탈당을 논할 때는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고재방 전 교육부 차관보는 이날 탄핵을 이유로 탈당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당이 어려움속에서 사투를 벌일 때 집에서 편안히 TV나 본 것은 당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윤리를 어긴 것"이라며 "적당한 시기에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재창·홍영식·최명진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