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한 국가 신용위험(country risk) 상승 가능성이 잇달아 경고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지난해 초 북핵사태를 능가하는 초유의 위기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다시 추락하나 스탠더드&푸어스(S&P)와 무디스,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12일 "한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 즉각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일단 내놓았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내보다 외국인이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이날 의견 표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탄핵 정국이 정파간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들 신용평가회사들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등급 전망"을 전격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라이언 컬튼 피치사 아시아지역본부장은 "탄핵안 가결이 즉각적인 신용등급 재검토 요인은 아니지만 경제에 악영향이 발생한다면 신용등급 전망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자금조달 차질 우려 대통령 탄핵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에서 발행된 한국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신규 조달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홍콩시장에서 거래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미 국채금리 기준)는 12일 낮부터 치솟기 시작,10년물의 경우 전날보다 5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오른 70bp로 뛰어올랐다. 5년물 외평채도 전날보다 5bp 상승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최근 50~55bp를 나타낸 5년물 외평채(2008년 만기) 가산금리가 지난해 초의 북핵 위기때 수준(1백10~1백20bp)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무라증권 홍콩법인 관계자는 "최근 한국 금융회사들이 저금리로 단기자금을 많이 끌어다 썼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채권시장은 어떻게 되나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장중 한때 전날보다 12원 이상 오른 1천1백81원50전까지 치솟았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외환당국의 발언으로 상승폭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한 번 터진 달러 매수세를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환율 급등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주호 HSBC 이사는 "환율이 전날에 비해 11원가량 올랐기 때문에 탄핵안 가결로 인한 시장의 불안심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를 통과하려면 수 개월이 걸리므로 그때까진 역외세력도 판단을 유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채권금리는 국내 증시 폭락의 여파로 급락,국고채 3년물이 전날에 비해 0.03%포인트 떨어졌고 회사채도 장중 내내 내림세를 보였다. 국내은행 채권딜러는 "탄핵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흔들릴 경우 채권가격도 주가와 함께 동반 급락(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수언.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