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섬업계의 중합로(원료 혼합로)가 식어가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 △원자재 가격 폭등 △워크아웃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이라는 '3중고'를 견디다 못한 화섬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중견 폴리에스터 전문 생산업체인 대한합섬은 최근 하루 생산 4백60t 규모의 폴리에스터 단섬유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고 9일 밝혔다. 태광산업 계열인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갖고 단섬유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결의했으며 하루 3백60t 규모의 장섬유 생산량도 절반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주총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당분간 공장 가동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화섬은 또 감산에 따른 명예퇴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화섬이 생산라인을 세운 것은 무엇보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국내 화섬업체들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여기에 원료인 고순도텔레프탈산(TPA) 에틸렌글리콜(EG) 가격이 폭등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금융권이 대규모 손실처리를 지연하기 위해 워크아웃기업의 퇴출을 꺼리면서 이들 불량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에서 우량기업부터 공장을 세우는 '역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화섬업계 최대기업인 ㈜효성 원사부문도 지난해 3·4분기부터 적자로 전환됐으며 하반기에만 1백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