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汎현대가 중재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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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 다툼 양상이 KCC·범(汎)현대가 연합세력과 현대그룹간 싸움으로 압축됐다.
양측은 표 대결을 염두에 둔듯,지난해 예상밖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 주주 열람을 두고 충돌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현정은 현대 회장,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을 신임 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내기로 확정했다.
현대측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달 중순 한국프랜지 울산화학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 기업이 낸 주주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범 현대가는 경영권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황병기 전 감사원 사무총장,박용상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 등 3명을 엘리베이터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했었다.
◆표 대결로 경영권 향방 결정
KCC는 당초 범 현대가가 제출한 주주제안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KCC와 범 현대가는 주총장에서 한목소리를 낼 게 확실하다.
KCC와 범 현대가가 뭉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 31.51%에 이른다.
이에 맞선 현 회장측 지분은 30.05%(자사주 1.38%포함).
이같은 지분 구조를 따져볼 때 어느 한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17.66%인 소액주주들이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박빙의 차이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현대상선 주총에서도 표 대결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 앞서 23일 열리는 현대상선 주총에서도 KCC는 현대그룹과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KCC측은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정몽진 KCC 회장을 현대상선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최근 현 회장을 신임 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KCC는 오는 11일부터 현대상선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기로 했으며 현대증권을 포함한 현대그룹측도 위임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상선 표 대결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현대그룹이 의도한 대로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KCC의 현대상선 지분은 6.93%에 불과한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15.16%)를 포함해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표 대결 앞둔 신경전
KCC와 현대그룹의 소액주주 표심잡기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KCC는 현대상선이 법원이 결정한 주주명부 열람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현대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지점망을 통해 위임장 권유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KCC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당초 흑자전환 예상과 달리 지난해 2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여전히 회계장부 열람을 막고 있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외화환산 손실과 선박매각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기록했을 뿐 분식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