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와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BSI 종류도 대폭 늘어났다. 기업인 설문을 통해서나마 경기회복 시기를 가늠해보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관이 BSI를 수시로 쏟아내는 바람에 정작 체감경기 지표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사대상과 방식이 산출기관마다 달라 향후 경기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8일 "미국의 컨퍼런스보드와 같은 속결지표가 나와야 한다"며 경기전망 통계가 너무 많다는 데 간접적으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BSI만 수십여종 '경기(景氣)'는 한 마디로 '경제의 날씨'다. 이 같은 경기를 파악하는 데는 여러가지 기법이 동원되는데 이중에서 기업의 체감경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BSI(Business Survey Index)이다. 현재 BSI를 산출,월별 또는 분기별로 발표하는 기관은 줄잡아 10여곳이 넘는다. 우선 한국은행은 매출 20억원 이상 2천9백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매달 BSI를 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 중심으로 매출액 상위기업 6백개 대상 BSI를 조사한다. 대표적인 대기업 체감지표인 셈이다.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은 중소기업 중심의 BSI를 발표하고 있다. 이밖에 산업은행은 각 업종 대표기업 1천2백여개를,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제조업체 1천3백여개를 각각 대상으로 BSI를 조사해 분기마다 발표한다. 대부분 기관이 기준치를 '100'으로 정한 BSI를 발표하고 있는 데 비해 산업자원부·산업연구원만 '4.0'을 기준으로 잡아 색다르다. ◆BSI도 구조조정 필요 이처럼 다양한 BSI가 발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를 재는 지표로서의 효용성이 높기 때문.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BSI는 다른 지표들에 비해 경기예측력이 매우 높다"며 "특히 전경련에서 집계하는 BSI는 국내 증시 움직임과도 상당한 연관관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기관들이 '일기예보(경기예측)'를 자처하고 나서 오히려 수요자들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마다 수십종의 BSI가 난무하지만 실제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이 경기판단에 활용하는 것은 두 세 가지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의 설문응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BSI는 어느 정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