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시대를 열자] 제2부 : (4) '적용 이렇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능(function)과 감성(emotion) 두 카테고리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해두고 각각의 요소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화장품의 경우를 보자.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은 화장품이 아예 감성에 호소하는 제품이라고 못박아 두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더 자극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예쁜 용기를 개발하고 톱모델이 나오는 광고를 만드는 게 주된 관심사다.
컴퓨터같은 전자제품은 이와 반대다.
기능이 중요한 제품이라는 선입견에 따라 모든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적인 성능 개선에 매달린다.
경쟁에서 벗어나 새 시장을 찾는 이론인 가치혁신론은 이같은 통념을 깨고 각 산업에 있어 감성과 기능의 중점을 이동해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고 강조한다.
감성에 무게를 뒀던 제품에 기능적인 요소를 가미시키거나 기능에 초점을 뒀던 제품에 감성을 더하는 것이다.
미샤는 후자에 해당된다.
화장품을 패션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인식해 감성적인 요소보다는 기능에 중점을 뒀다.
그 덕분에 가격 거품을 조장했던 용기비용과 마케팅비를 확 줄일 수 있었다.
값을 내릴 수 있었던 만큼 고객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가치는 커졌다.
자연주의 화장품 열풍을 몰고 왔던 영국계 화장품 회사 바디샵도 감성지향적인 화장품 산업을 기능적으로 접근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환경보호론자였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은 화려한 포장에 자원을 낭비하는 대신 기존 약병을 재활용하거나 저렴한 플라스틱 병에 화장품을 담았다.
고객이 가져온 다 쓴 용기를 재활용하기도 했다.
광고비도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순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웰빙(well-being)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화장품=감성'이라는 공식을 깼다.
1976년 영국의 브라이튼에서 조그만 가게 하나로 시작한 바디샵은 현재 1천9백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와 반대로 기능적인 제품으로 인식되던 커피를 감성적으로 접근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공간을 세련된 만남의 장소로 만들어 커피 문화를 새롭게 창조했다.
커피값이 일반 커피보다 2배 이상 비싼 3달러 정도였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급증해 다른 커피 업체들이 낸 평균이익의 5배 이상을 올리며 '스타벅스 신화'를 낳았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