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역곡절 끝에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52)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황 사장은 김상훈 국민은행 회장,전광우 우리금융 부회장과 막판까지 경합했으나 대주주인 정부가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와 금융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황 사장을 회장후보로 4일 낙점했다. 황 사장은 이에 앞서 이날 삼성증권 사장직을 사임하는 등 회장 내정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황 사장을 회장후보로 내정한 것은 그가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데다 국제금융감각이 뛰어나고,젊으며 추진력이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잘나가는 CEO'라는 점이 막판까지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황 사장은 내정사실이 공개되기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회장 공모에 응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삼성그룹과의 교감설'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주말 추천위의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하면서 우리금융 회장에 선임되든,그렇지 않든 삼성그룹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론 삼성그룹 금융분야에서 할 만큼 했다고 본다"며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를 계기로 우리금융그룹을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우리금융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맞다"고 진단하고,"다만 은행부문에 비해 취약한 제2금융권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씨티그룹처럼 지주회사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황 회장 내정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것도 일리 있지만 회장이 겸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지만 업무추진력을 위해 행장직까지 겸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 내정자는 경북영덕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왔다. 영국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서 7년간 일했으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투신 삼성증권 등을 거쳤다. 1,2금융권과 기업재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국제적인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차기 구조조정본부장으로 거론되는 등 삼성그룹에서도 '잘나가는 CEO'였다.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김상훈 국민은행 회장의 아들이 삼성증권에 재직하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