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말 타결을 목표로 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핵심 쟁점인 관세철폐 품목 수와 시기 등을 둘러싼 양국간 입장 차이로 삐걱이고 있다. 일본은 최대한 많은 품목을 발효 즉시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한국은 부품류와 자동차 전자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관세 인하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양국 모두 FTA 발효 실적이 한 건에 불과한 "FTA 걸음마" 국가여서 한.일 FTA를 향후의 본격적인 "FTA 드라이브"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지만,만만치않은 복병에 부딪쳐 난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세 철폐 시기가 쟁점 양국은 작년 12월과 지난 2월 두차례에 걸쳐 정부 차원의 FTA 협상을 가졌다. 내년 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두 달에 한번씩 양국을 번갈아가며 정부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측 수석 대표로 1,2차 협상에 참여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관세철폐 품목 수와 시기 등에 대한 기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양국간에는 현행 관세율과 경제발전 수준 차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양허이익의 균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관세 철폐 양허안을 오는 10월께 교환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부품·소재 등 취약업종의 관세 철폐에 최고 10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을 통해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등 무관세 공략 우려 전문가들은 일본이 기술력에서 앞서는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류 부품·소재 등이 무관세화될 경우 일본 제품의 공세에 국내 시장이 농락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현행 완성차 관세가 한국이 8%,일본은 무관세여서 관세철폐는 일본 자동차의 한국 수출 증대를 가속화시키겠지만 한국 자동차의 대일 수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철폐 이후 이미 도요타 등 일부 일본 완성차의 한국시장 진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세 철폐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한꺼번에 수입이 급증하지는 않겠지만,관세를 한꺼번에 없애면 일본차 수입이 급증해 향후 수입차 시장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계 전자 산업의 핵심 부품 상당수가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철폐가 이뤄질 경우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조업 개방 논란일 듯 정부가 일본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단기적인 경제 손실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 등 중장기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로 모든 품목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단기적으로 전체 무역수지가 15억달러 가량 악화되겠지만,산업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장기적으로는 30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GDP도 장기적으로 2.88%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