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의 공천작업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17대 총선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현역의원들의 고전이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공천 과정에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려던 "금배지"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열린우리당에선 상향식 공천방식인 국민참여경선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되는 등 진통도 잇따르고 있다. 총선 D-45일인 1일 현재 각당의 공천작업을 점검한다. ◆'잠 못이루는' 현역의원들=현역 물갈이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한나라당이다. 29일 현재 공식적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19명이다. 비리혐의로 구속중인 박주천 박명환 의원을 비롯 권태망 박세환 이상희 조웅규 의원 등이 교체됐다. 백승홍 의원은 공천심사에 앞서 탈당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28명을 포함하면 전체 의원의 30%가 넘는 47명이 공천과정에서 낙오했다. 이달 초 막바지 공천심사에서도 비례대표를 포함해 상당수 현역 의원들이 추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회창 전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선 불법자금수수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거와의 단절'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 김기배 나오연 의원에 이어 하순봉 의원도 탈락 얘기가 나돌고 있다. 양정규 유흥수 신경식 김종하 의원 등 이 전 총재와 가까운 중진들은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박종웅 의원도 배제됐다. 열린우리당도 김덕배 설송웅 의원 등 자진해서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을 포함하면 현역 교체비율이 20%에 이른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했다가 패한 현역은 김성호 의원 뿐이다. 공천 진척률이 약 40%로 비교적 더딘 민주당은 현역 교체가 적은 편이다. 아직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의원은 없다. 다만 장성원 장재식 정범구 의원 등이 불출마키로 했다. ◆만만치 않은 공천 후유증=한나라당에선 '색깔론자' '무차별 폭로경력자' 등으로 지목받는 몇몇 인사들이 공천돼 "개혁 공천과 동떨어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내 소장파들은 정형근 의원에 이어 김용갑 의원도 우세후보로 결정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박시균 박세환 의원 등 대구·경북 지역 탈락자들은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은 참신성과 개혁성을 내세운 영입인사들이 국민참여경선에서 줄줄이 패배하자 경선방식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내부 갈등이 적지 않다. 지난 28일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최창환 전 이데일리 대표가 각각 대전 서구을과 서울 은평을에서 나란히 '토착후보'에 압도적 표차로 주저앉았다. 민주당은 당권파와 쇄신파의 갈등과정에서 지도부가 공백상태에 빠진 틈을 타 일부 현역의원들이 편법으로 경선방식을 결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경선불복 등의 후유증이 예상된다. 홍영식·박해영·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