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방경제의 물꼬를 튼 덩샤오핑이 가장 관심을 갖고 만난 사람들은 동남아지역의 화교기업인들이었다. 선전 등지에 실험적인 경제특구가 만들어졌을 때 화교들이 너도나도 몰려 든 것은 덩샤오핑의 바로 이런 노력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중 주적으로 찍혀 쫓겨간 자본가들이 금의환향한 셈이다. 중국경제의 초석이 된 동남아지역의 화교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동양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자산 총액은 90%에 육박한다. 소매업의 3분의 2가량이 화상(華商)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뿐더러 대부분의 억만장자들도 화교들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본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교들은 세계적으로 6천만명 이상이 퍼져 살고 있는데 화교자본은 무려 2조달러나 된다고 한다. 국내에 살고 있는 화교상공인들이 엊그제 '한국중화총상회'를 결성하고 "앞으로 20억달러의 화교자본을 유치해 인천 경제특구에 대규모 차이나타운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계획은 내년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화상대회'를 앞두고 구체화 될 전망인데 화교자본의 유입에 청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인천은 화교들과 가장 인연이 깊은 곳이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대를 따라 40여명의 군역상인들이 들어왔는데 이들이 인천 조계지에 최초의 차이나타운을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의 고향도 인천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서울 등지에 주로 살았던 화교들은 정부수립 이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상술로 국내무역을 장악하면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었다. 그러나 이후 '외국인 토지소유 금지법' 등 각종 규제를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대인과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를 이끌어 간다고 하는 화교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자본을 들여와 신개념의 차이나타운을 만들지 자못 기대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