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정치자금 후원 한도를 대폭 줄이되 기업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제언'을 낸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기업의 정치자금을 전면 금지한 채 임직원 명의의 정치자금 제공만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또 다른 편법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이런 제언을 한 배경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안대로 실현이 될 수만 있다면 그 누구도 이에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대선자금 관련 기업인 수사에서도 나타나듯 정치자금 문제 때문에 기업이 흔들리고 그래서 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일만은 이제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법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칙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대한상의가 후원금을 줄이되 기업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도 그런 우려에서라고 본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것은 기업의 정치자금을 전면 금지하느냐,아니면 기업도 정치자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문화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는 정당구조 등 고비용ㆍ저효율 정치를 타파할 정치개혁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은 한 정치권의 직ㆍ간접적인 압력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고,기업으로선 또 다른 편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은 너무도 뻔하다. 기업이 정치자금을 내지 않았다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는 그런 환경을 만든다면 정치자금법을 둘러싼 이런 논란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기업을 옥죄고 있는 온갖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규제가 많을 수록 정치권의 압력이나 유혹도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