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54
수정2006.04.01 23:57
한나라당이 최병렬(崔秉烈) 대표 퇴진문제를 놓고 내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총선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심사위의 활동이 주목된다.
최 대표 거취문제가 불거진 직후 당내에선 현 공천심사위는 구성에서부터 최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뭔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심사위는 당 위기가 확산되던 20일 현역의원인 박승국(朴承國.대구북갑) 민봉기(閔鳳基.인천 남갑)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전국 31개 지역 단수우세 후보를 결정, 발표했다.
분당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당 지도부 문제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공천심사위의 이같은 `정상가동'은 무엇보다도 김문수(金文洙) 위원장이 지금까지 외부의 간섭을 물리치고 공천심사위를 독자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김 위원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최 대표가 자신의 공천문제를 "공천심사위에 맡긴다"면서도 총선 출마의지를 강하게 밝혔음에도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결정한데 이어 홍사덕(洪思德) 총무에 대해서도 `전략지역 출마'를 권유, 당 지도부 자신들이 결단하지 못한 `희생'을 이끌어 냈다.
친최 진영이나 반최 진영 모두 공천심사위는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암묵적 동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이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데다 이미 절반이상 공천작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공천심사위에 손을 댈 경우 공천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20일 당내 여론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 임태희(任太熙) 비서실장에게 "공천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반최 진영의 경우 상당수 공천불만자들이 포함돼 있지만 세불리기에 집착해 공천문제를 거론할 경우 자신들 활동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구당모임'의 핵심인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모임 때마다 "우리 활동은 사리나 사욕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된다"면서 "비록 세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공천문제 등은 거론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공천심사위는 당의 내분사태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됐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당 지도부 공백으로 인해 오히려 공천심사위 활동에 간섭할 시어머니가 사라져 공천심사위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역설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