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잃고 설움받던 60년 전의 한(恨)을 이 증서에 담아 드립니다." 일제의 창씨개명(創氏改名)으로 이름을 빼앗긴 뒤 낯선 일본 이름의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노인들이 반세기를 넘어 백발이 된 뒤에야 본명이 적힌 졸업장을 받았다. 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는 19일 열린 제61회 졸업식에서 1944년과 이듬해 졸업한 이은규씨(77) 등 9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이 학교 1,2회 졸업생인 이들은 일제 치하에서 본명을 빼앗겨 일본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았었다. 이 학교 김길평 교장(61)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61명의 졸업장을 학교 자료실에 비치해 방문하는 졸업생과 후손 등에게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1,2회 졸업생 본명 찾아주기 운동'을 펼친 이 학교는 올해 초 일본 이름이 적힌 학적부를 모두 한글로 바로잡았다. 옥천=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