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가 최 대표에게 총선 불출마를 권고했으나 당내 초·재선그룹 및 중진들은 최 대표의 '자기희생'을 요구하며 사실상 2선후퇴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최 대표의 퇴진 여부와 관계없이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임시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키로 하는 등 파상공세를 취했다. 최 대표는 당 3역과 소장파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건의사항'을 청취한 후 "마음을 비웠다, 시간을 달라.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최병렬 대표 불출마 권고=공천심사위는 18일 최 대표의 17대 총선 불출마를 권고키로 결정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 위원장은 "공천심사위는 당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며 국민의 여망에 따라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에 전념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천심사위는 향후 공천심사에 있어 부패청산과 세대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 나라와 당을 살리는 데 진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내가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공천심사위가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해,불출마 권유를 수용했다. ◆최 대표 "시간을 달라"=최 대표는 이날 오후 소장파 의원 및 당 3역을 잇따라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 등을 논의했다. 맹형규 남경필 등 소장파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당의 위기 상황에서 최 대표가 마음을 비워 용퇴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결단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최 대표는 "오늘은 일단 듣는 자리로 생각해달라.깊이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강두 정책위 의장 등 핵심 당직자들은 "총선이 시급한 만큼 선대위 구성 등의 윤곽을 잡은 뒤 대표직 사퇴를 해도 늦지 않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도 "남경필의원 등은 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해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백의종군 촉구=수도권 초·재선 의원과 중진들은 이날 각각 오찬 모임을 갖고 최 대표의 즉각적인 퇴진과 새 지도부 구성을 요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후 브리핑을 통해 "최 대표는 조속히 퇴진해야 하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소집한 뒤 20일 내에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저녁 2차회동에서 '구당 모임'을 결성하고 세 확대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당직자들의 사퇴를 유도키로 했다. 김무성 원희룡 의원은 상임운영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 19일 '구당모임' 확대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 구성 및 전당대회 소집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흥수 양정규 의원 등 중진의원 25명도 오찬 모임을 갖고 최 대표에게 자기 희생을 요구했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