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기업사냥꾼' 위에 '나는 조직폭력배' 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조직폭력배들이 등록 또는 상장 기업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에게 사채를 빌려주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자금을 빼돌리거나 경영권을 빼앗는 등 각종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16일 사채를 갚지 못하는 기업 등을 상대로 갈취행각을 벌여온 폭력조직 4개파 17명을 적발, 이중 군산그랜드파 총두목 전모씨(47)와 자금책 여모씨(44) 등 3명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나주동아파 두목 나모씨(45)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군산그랜드파 두목 김모씨(44)와 콜박스파 서울두목 황모씨(42) 등 8명을 지명수배했다.
◆ 기업사냥꾼 사냥하는 조폭 =검찰에 따르면 전씨 등은 재작년 3월 코스닥 등록기업인 뉴씨앤씨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30만여주(25억원 상당)를 인수한뒤 주가가 하락하자 기업사냥꾼인 뉴씨앤씨 전 부회장 김모씨를 압박해 회사자금과 당좌수표 9억원을 갈취한 혐의다.
군산그랜드파는 또 기업사냥꾼 이모씨의 주선으로 등록업체인 유니씨앤티가 발행한 우선주 대금 30억원어치를 가장 납입하면서 신주를 교부받기 전까지 6억5천만원어치의 약속어음을 보관하기로 했으나 신주를 교부받고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주동아파 두목 나모씨는 기업사냥꾼인 지피에스 실경영자 이모씨에게 약속어음 4억9천만원 상당을 할인해준 대가로 회사 발행의 4억5천만원 상당 어음을 이씨로부터 빌려 사용했다가 이씨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 발행어음에 대해 위ㆍ변조 신고를 하자 이를 구실로 수차례에 걸쳐 이씨를 협박, 17억2천만원 상당을 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영권 박탈도 예사 =군산그랜드파 자금책 여모씨는 오피스텔 시행사업에 뛰어든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 이모씨에게 2000년 8월 2개월 후 이자 3억원을 더해 갚는 조건으로 5억원을 빌려준 뒤 이씨가 갚지 못하자 그해 12월 다시 2개월 후 5억원을 갚는 조건으로 3억원을 대출해줬다.
그는 이씨가 변제기일을 지키지 못하자 각종 협박을 일삼았고 결국에는 2001년 9월 이씨가 추진하던 오피스텔 20개동 전체에 대한 사업권(1백56억원 상당)을 위임 형식으로 갈취했다.
이용호게이트에 연루됐던 여운환씨(복역중)는 레이디 전 대표 정모씨에게 20억원을 빌려준 뒤 정씨가 갚지 못하자 담보로 받아 둔 30억원 상당의 회사어음을 미끼로 '회사를 부도나게 하겠다'며 정씨를 독촉, 이자 등을 포함해 총 45억원을 갚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씨는 2000년 12월 레이디가 부도처리되자 정씨에 대한 45억원의 채권확보를 위해 정씨가 경영하고 있던 광주 P호텔 경영권 일체를 넘겨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