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35
수정2006.04.01 23:37
중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자랑삼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사이트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에한 중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을 여러명이 괴롭히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이트 게시판에올라왔다.
1.2편으로 나뉘어져 총 16분 길이의 동영상에서 5∼6명의 학생들은 혼자 책상에엎드려 있는 피해자 A(16)군을 둘러싸고 손으로 머리를 치고 귀를 잡아당기는가 하면 A군의 가방을 뺏고 의자로 A군의 책상을 치는 등 A군을 괴롭혔다.
이들은 '하지 말라'는 A군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X나 웃긴다 저 XX' 등의 욕설, 비웃음과 함께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으로 A군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열심히 찍었으며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을 그냥 지켜봤다.
'카메라를 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린 경남 창원시모 중학교 B(16)군은 "이번 영화제 영화감독상을 노려보겠으니 즐감(즐겁게 감상)해주세요"라고 소개하면서 동영상에도 자막으로 자신과 피해자 A군, 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밝혔다.
이를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 중학교 홈페이지와 B군의 홈페이지 게시판으로몰려들어 1천여건 이상의 비난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커지자 디씨인사이드와 해당중학교는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고 B군도 홈페이지에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안겨드린 것을 사과드린다'는 사과문과 함께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그러나 A군의 가족은 A군이 이전부터 왕따로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며 B군 등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A군의 아버지(50)는 "작년 여름 졸업여행을 갔을 때도 B군이 주동해서 여럿이서 아들을 밤새 잠도 못 자게 괴롭힌 적이 있다"며 "훈계 정도로 넘어가면 이런 일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도 "둘을 불러 조사해본 결과 A군이 괴로움을 많이 느낀 것이 사실이며 장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 일에 교사들도 충격을 받았으며 학교에서 지도가 충분치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군의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평소에 A군과 매우 친한 사이로 졸업을앞두고 추억만들기 비슷하게 철없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하더라"며 "호기심에 찍은것인데 큰 일이 됐다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