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재 선물가격이 최근의 소강상태를 벗어나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원자재 시장에 예상치 못한 '그린스펀 영향'과 'OPEC 감산'의 이중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원유와 비철금속 곡물 등 17개 국제 1차상품들로 구성된 CRB원자재지수는 12일 264.72로 지난 1주일(거래일 기준) 사이에 5포인트(2%) 올랐다. 이는 지난 1월20일의 사상 최고치(270.77)에 육박하는 것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재개됐음을 의미한다. CRB지수는 지난달 후반부터 이달 초까지 약 2주 동안 내림세를 타, 오는 2분기 이후에는 원자재가격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었다. 원자재지수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기폭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이었다. OPEC은 지난 10일 각료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하루 산유량을 10%(2백50만배럴) 감축키로 했다. 이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급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국제유가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감산 결정 후 지난 이틀간 2달러(6%)가량 올라 배럴당 34달러선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를 장밋빛으로 전망, 이번에는 비철금속 가격의 급등을 촉발시켰다. 그는 지난 11일 미 하원에 출석, "작년 3.1% 성장에 그친 미 경제가 올해는 5%의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경제낙관론은 세계증시에는 호재였지만, 수급상황이 불안한 국제원자재 시장에는 '또 하나의 불안요인'을 제공한 셈이다. 실제 비철금속 가격은 '미 경제 고성장-미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원자재 수급불안 심화 우려'로 급등했다. 비철금속 중 경기흐름에 가장 민감한 구리가격은 12일 7년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고, 알루미늄값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은 90달러(3.5%) 급등한 t당 2천7백2달러에 마감, 지난 96년 5월 이후 처음으로 2천7백달러선을 넘었다. 알루미늄 3개월물도 25달러(1.5%) 오른 t당 1천7백19달러로 지난 2000년 1월 이후 다시 1천7백달러선을 돌파했다. 아연 납 주석 니켈 등 다른 주요 비철금속 가격도 각각 2% 안팎씩 상승했다. 월가의 국제 1차상품시장 컨설팅업체인 뉴웨이브에너지사의 크리스 메니스 사장은 "OPEC 감산과 미 경제의 고성장 전망으로 원자재가격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상승세가 좀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