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ticketlink.co.kr > 얼마 전 신문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폄훼되고 있는 기사를 읽었다. 안 그래도 역할 모델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원로이며 정신적인 지도자로 남아 있는 그 분마저도 세간의 논쟁 대상이 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당대의 영웅이 없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웅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마디로 성인(聖人)과 같은 전인적(全人的) 인격을 영웅들에게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면모 중에서 열에 하나 잘못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시선을 맞추게 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 잘하는 부분들은 논외로 밀려나 놓치게 마련이다. 이순신 안중근 세종대왕….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의 영웅들은 대부분 역사 속의 인물들이다.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영웅들에게 우리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우리는 정말 그토록 비난할 대상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상실하고 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대의 영웅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 사회에서 역할 모델(Role Model)이란 소속한 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부여하며, 젊은이들에게 살아 있는 행동의 지침이 되고, 더 나아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회 기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앞다투어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살아 있는 오늘의 영웅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이 가진 영웅들을 부러워하며 우리의 영웅들을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성역을 만들거나 사회 지도층을 검증 없이 추종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이 가진 결점보다 좋은 점을 먼저 보는 문화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 정착되면 좋겠다.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칭찬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미 돌아가신 고인들만을 영웅으로 내세우는 '죽은 영웅의 사회'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신문에서 TV에서 또는 우리 주변 삶의 일터에서 살아 있는 영웅들을 만들고 키워가는 '살아 있는 영웅들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