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도 국제감각 갖춰야..金慶敏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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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의 의정활동으로 중차대한 나랏일이 결론을 못내고 표류하고 있다.
대외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칠레와의 FTA 비준이나 이라크 파병 비준안이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한 채 한국의 국회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돼가고 있다.
한국의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세우며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는 하나 정치개혁 측면에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경제발전을 이룬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양상이다.
고질적인 부패정치와 집단 이기주의의 행태들은 보다 큰 국가이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코 앞의 이익과 근시안적인 과실에 급급하는 패망적인 정치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국가의 미래가 풍전등화에 놓였다고 판단할 정도로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의원 모두가 4월 총선에 매달려 나라가 어찌 되든 자신들의 앞날만 걱정하는 소아(小我)적인 태도만이 엿보일 뿐이다.
그 어떤 사안 하나라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국회가 정상화되고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려면 다음 몇 가지 사항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만 한다.
첫번째는 지역 이기주의에서 탈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지금 우리는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지역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일이 여럿 있다.
세계사적 흐름인 FTA 비준도 특정 집단들의 극렬한 반대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며 우리 모두가 전기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든 상태에서 핵폐기장 건설이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해 있는 마당에 우리라고 해서 그 어떠한 이유로라도 비껴 갈 수는 없다.
경쟁이란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질 높은 기술력과 고품질의 생산품을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잠깐의 고통을 감수하지 못하면 나중에 보다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 진리는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수도 없이 경험해 왔다.
두번째는 진정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개혁 중 특별히 정치자금에 관한 건은 이 정권에서 완벽하게 정리돼야만 한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거의 1년여 가까이 정치자금에 연루된 정쟁이 그칠 날이 없는데 이 얼마나 국력을 소모하는 일인가?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차기 정권이 출범하게 됐을 때도 정치자금을 갖고 똑같은 작태가 되풀이된다면 한국정치의 미래는 없으며 한국은 약소국가로 전락하게 돼 또다시 우리 국민을 역사의 고통 속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면 정치인들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 보다 내실 있는 정책국회를 형성할 수 있고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선량들이 되어 정권이 바뀌자마자 굴비두름 엮듯이 감옥에 가는 일이 줄어 들 것이다.
세번째는 국제감각이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
이라크 파병 비준안만 해도 그렇다.
정부의 방침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는데도 국회가 도와주지 못해 파병이 지연된다면 국가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한국안보의 근간인 한·미관계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똑같이 미군을 주둔시키며 안전보장에 큰 도움을 받는 이웃 나라 일본은 자위대를 이미 파견해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데 한국은 아직도 국회에 상정도 못한 채 4월 파병이 불확실한 상태이다.
도움도 필요한 시기에 주어야 받는 사람도 고마운데 파병이 지연된다면 한국을 도왔다고 자부하는 수 많은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섭섭하게 할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미군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미군 재편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가 한국과 독일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본인의 영달과 지역 주민의 눈치만 보게 될 때 국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하는 국난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정치권은 생동적으로 느껴야만 한다.
나라를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대승적 국회가 되도록 국민의 이름을 빌려 촉구하는 바이다.
kmkim5406@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