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 취임] '취임사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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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번잡하지 않도록 의례적인 취임식을 생략하는 대신 취임에 즈음한 생각을 몇가지 알리고자 한다"며 현재의 정책운용 및 금융시장 메커니즘 등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취임사의 주요 내용을 부문별로 요약한다.
▶ 비전이 자신감을 회복시킨다 =지난 97년 말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설득력 있고 현실성 있는 비전이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시킬 것이다.
비록 일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못되더라도 당장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과도기적인 연계정책이 시급하다.
▶ 시장은 어린아이 놀이터가 아니다 =시장은 자유와 창의가 없으면 크지 못한다.
그러나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사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쏠림현상을 심화시키고, 불안정성을 확산시킨다.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내키면 하고 싫으면 안하는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돼서는 안된다.
시장의 자율은 참가자의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겠다.
98년 뉴욕연방은행이 LTCM사의 대형 부실에 신속하고 결연하게 대응한 방식과 지난해 카드 부실문제를 처리한 우리의 조치를 비교해서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아마추어 시행착오 여유 없다 =오늘의 우리 경제는 학습기간을 줄 만큼 한가롭지 않고, 아마추어의 시행착오를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
(재경부 공무원들은) 스스로 전문 지식을 키워 나가기 위해 애쓰기 보다, 인연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직을 관리하는데 전전해 오지 않았나 다같이 되씹어 생각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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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사 전문 >
친애하는 재정경제부 직원 여러분
여러분과 다시 만나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의례적인 취임식을 위해 여러분을 번잡하게 하지 않도록 취임식을 생략하는 대신 취임에 즈음한 저의 생각을 몇 가지 알리고자 합니다.
3년 반 전에 재경부장관 직을 떠나면서 공직을 끝내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민간인으로 돌아가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悠長하게 생활하겠다고 다짐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강한 부름과 흐름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순리 라고 생각되어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경제 현실은 매우 엄중합니다. 변화의 도도한 물결은 국내 및 국외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 왔던 60년대 체제 (정부주도의 총동원 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갈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시스템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였습니다.
1997년 말의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소득 일만불 수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나마 성장이 고용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은 장기불황이나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로드 맵을 작성하여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야할 때입니다. 설득력 있고 현실성 있는 비전이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시킬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개선이 소기의 효과를 가져오려면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변화와 개혁은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고 시장 불안이나 마찰적 내지 구조적 실업 등 과도기적인 비용과 고통을 수반하게 됩니다.
따라서 비록 일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못되더라도 당장에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과도기적인 연계정책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신용불안, 노사갈등 등 미시적인 애로현상을 극복하고 구조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안 문제는 적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완벽한 정책과 모양새 좋은 방법을 찾다가 실기하면 국지적인 문제가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될 뿐 아니라, 시스템 개선의 모멘텀을 상실하고, 나아가 시스템의 작동이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명백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과 질서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과 원칙이 정착될 때 까지는 기존의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며, 그 테두리 안에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한편 개방과 자유화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여 시장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성장촉진에 의한 효율향상을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크게 증폭시켰습니다.
시장은 매우 소중합니다. 시장은 경쟁을 바탕으로 규제와 간섭을 싫어합니다. 시장은 자율과 창의가 없으면 크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장은 매우 취약하기도 합니다. 사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쏠림현상을 심화시키고, 불안정성을 확산시킵니다. 바로 이 때문에 규율과 엄정한 룰의 집행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내키면 하고 싫으면 안하는 철없는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닙니다.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시장의 자율은 참가자의 책임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겠습니다.
1998년 뉴욕연방은행이 LTCM사의 대형부실에 신속하고 결연하게 대응한 방식과 지난해 카드 부실문제를 처리한 우리의 조치를 비교해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재정경제부 직원 여러분
어느 때 보다 여러분의 분발이 더욱 요망되는 때입니다. 오늘의 우리 경제는 여러분에게 학습기간을 줄 만큼 한가롭지 않고, 아마추어의 시행착오를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도 못합니다.
재경부가 보유한 경제 정책에 대한 리더십이나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결코 위상의 높낮이나 권한의 크고 작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전문지식과 축적된 현실 경험,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전력투구 노력하는 투명하고 성실한 모습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입니다.
FRB Greenspan 의장의 한마디 코멘트는 수천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 분석, 전망한 精隨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에게 리더십과 신뢰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선배로부터 일하는 법을 배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스스로 전문지식을 키워나가기 위해 애쓰기 보다, 인연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직을 관리하는데 전전해 오지 않았나 다같이 되씹어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을 쓸데없이 몰아 세우지도 않겠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처결해 나갈 것입니다. 저의 능력이 모자라서 감당할 수 없는 사안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열과 성을 다하고, 가진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쏟아 부을 것 입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정경제부 직원 중에는 저와 개인적인 인연을 맺은 사람도 많습니다마는 그 인연은 좋았건 나빴건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공적인 업무에 의한 새로운 관계를 맺어 나갈 것임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합니다.
직원 여러분들의 건투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4년 2월 11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