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카러턴 G7 회담 성명은 '과도한 환율변동'을 경계하는 유럽연합(EU)과 '유연성 확대'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을 두루 수용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번 성명의 최대 특징은 모든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작년 9월의 두바이 회담과는 달리,주로 동아시아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동아시아통화 평가절상)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 아시아 통화, 점진적으로 오를 듯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가 유로화에 대해서는 하락세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일본 엔과 한국 원, 대만 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선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G7이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한 통화'가 중국과 홍콩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통화들이라는 사실에는 별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이들 통화의 가치는 작년 9월20일 G7 회담 이후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상승폭이 작거나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간 유로 및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각각 12% 및 8.1% 올랐다. 그러나 원화의 경우 작년 9월22일 달러당 1천1백51원에서 지금은 1천1백66원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대만 달러화의 사정도 거의 같다. 따라서 이들 동아시아 통화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당한 평가절상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G7의 지나친 환율 변동 우려로 급격히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웰스파고은행의 손성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성명이 기정사실을 재확인했을 뿐 달러 약세 기조를 반전시킬 만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달러 약세 지속을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시장분석가인 조지프 퀸란도 5개월 전 두바이 성명 후 본격화한 달러 약세 기조를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월가의 외환분석가 데이비드 길모어는 "미국 경상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한, 조만간 달러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5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로화에 대해서는 지난달 중순의 사상 최저치(유로당 1.29달러)에서 소폭 회복,1.20~1.24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 미국과 EU, 각각 반반의 승리 이번 회담의 승자는 미국과 EU다. 양측은 회담 참석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동아시아 국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각자의 이익을 추구했다. 회담 성명의 '유연한 환율' 문구는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고, '지나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표현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EU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유연한 환율'을 통해 동아시아 통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EU는 '지나친 변동성 우려'라는 문구를 성명에 새로 삽입함으로써 시장에 유로화의 하락 유도 메시지를 보낼수 있게 됐다. 일본은 특별히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