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직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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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를 보면 여러 직업이 나온다.
외환위기 직후엔 요리사와 식당주인이 늘어났고,IT산업 붐이 일자 펀드매니저 컨설턴트 벤처사업가가 부상했다.
근래 커플매니저 웨딩플래너 등 새로운 직업도 등장했지만 주인공의 직업으론 여전히 사업가 의사 검사 변호사 디자이너 교수 등이 인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펴내는 '한국직업사전'에 수록된 직업은 1만 가지가 넘지만 일반인이 아는 직업은 극히 적다.
한번 선택하면 일생을 좌우하고 여간해선 바꾸기 힘든 게 직업인 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몇 직업 외엔 모르고 선택의 폭 또한 그만큼 좁다.
호주에 사는 친구는 잠시 귀국한 길에 올해 대학에 입학할 딸애가 보험계리인이 되자면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할지 알고 싶어 한다며 해당 업종 관계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는데 뭘"이라는 반응에 그는 호주에선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장차 뭘 할 건지 조사하고 주기적 진로 상담을 통해 생각이 변함없는지 묻고 그에 따라 전공과 대학을 선택하도록 한다고 답했다.
우리도 적성검사를 하지만 결과를 놓고 학교에서 개별상담을 해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결국 대다수 고교 졸업생이 유행이나 간판을 좇아 진학한다.
직업별 인력수요 예측이나 진로 교육에 무심하기는 대학도 비슷해 결국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마땅치 않은 수가 허다하다.
서울대에서 '직업사전'을 만든다고 한다.
진로취업센터가 학생들에게 취업정보를 주고자 관심 직종에 대한 상세 정보 및 졸업생의 전공별 직업현황,취업에 필요한 조언 등을 묶겠다는 얘기다.
청년실업이 느는 건 불황 탓도 있겠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직업을 알지 못해 필요한 공부를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업사전은 취업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직업을 제대로 고르자면 '스무살 전엔 정승을 꿈꾸다 서른이 가까우면 군수,마흔살을 앞두곤 면장이라도' 식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일찍부터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고등학교의 진로교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것도 그래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