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안풍자금의 출처가 YS'라고 증언한 이후 사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강 의원의 증언후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한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도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함구로 일관하는 등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의 법정진술로 안풍사건이 새 국면으로 들어서자 김 전 대통령이 해법마련을 위한 `장고(長考) '에 들어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문제의 진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표명이 초미의 관심사가되고 있지만 그동안 안풍사건을 `정치적 탄압사건'으로 규정해 온 만큼 시인도 부인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이유다.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을 `정치적 아버지'로 부르며 신의를 지켜온 강의원의 법정진술인 만큼, 시인할 경우에는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부인할 경우에는 `부자'간의 생존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곤혹스러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박종웅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7일) 오후 상도동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30분 가량 면담했다"고 전했으나 "이시점에서는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강 의원의 법정진술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시간을 좀 두고 보자"고 했다. 검찰이나 법원의 움직임, 여론추이 등을봐가면서 상도동측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자들을 피해 매일 아침 일과로 삼았던 배드민턴 운동에도 불참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집 인근 운동장에서 열린 상도동 배드민턴 동호회 성격 모임의 회장 이취임식에 잠깐 얼굴만 비치고 곧바로 귀가했다고 한다. 한나라당내에서는 YS의 침묵행보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종하(金鍾河) 상임운영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YS가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내안기부 출신 의원 등 알만한 사람은 안기부 돈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며"강 의원이 정치 아버지한테 안 받은 것을 받았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문민정부 시절 민정 및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던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말씀을 안하는 상황에서 직접 모셨던 분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심증은 갖고 있으나 말하지 않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