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이나경양은 매달 1일 은행을 찾는다. 이날이 용돈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경이 부모는 아이 용돈 5만원을 은행 통장으로 입금시킨다. 나경이는 이 중 1만원은 어린이용 적금상품에 붓고 나머지 금액중 1만원을 찾아 일주일을 생활한다. 반면 같은 반 친구인 서영석군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부모에게 조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수시로 용돈을 받아도 금방 다 써버리기 때문에 항상 돈이 모자란다. 두 친구는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차이를 갖게 될까. 한국은행 경제교육팀의 최종호 과장은 "현재 경제활동 인구 여섯 명 중 한 명이 신용불량자"라며 "어릴 때 용돈관리 교육이 자녀들의 평생 소비습관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용돈기입장 꼭 작성하도록 =용돈관리야말로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신용교육 도구다. 용돈기입장은 자녀들이 자신의 소비습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경제적인' 사고까지 길러준다. 집에서 만들거나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www.bok.or.kr) 등의 홈페이지에서 전자기입장을 내려받을 수도 있다. '봉투분류법'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녀의 지출항목마다 봉투를 한 개씩 준비한 다음 각 봉투 겉면에 '자선과 나눔' '장기 저축' '단기 저축' '간식비' '오락비' 등으로 나눠 쓰게 한다. 매달 용돈에 따라 배정된 금액을 봉투에 쓰고 해당액을 넣은 다음 사용하도록 지도한다. 꺼내 쓸 때마다 봉투 겉면에 일일이 기록하며 봉투가 비면 다음 달까지 그 항목의 지출을 중지하도록 한다. 박은정 신용회복위원회 조사역은 "부모들이 스스로 가계부를 쓰면서 아이들의 용돈기입장 작성을 독려한다면 교육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자녀가 직접 은행거래하게 =용돈을 저금통에 모으는 것보다 금융회사를 이용하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경제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 자녀들이 은행 저축을 통해 돈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금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72의 법칙'을 설명해 주자. 72의 법칙이란 원금이 두 배가 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72÷연이율=저축기간'이다. 예를 들어 은행 복리상품에 연리 5%로 1백만원을 넣는다면 '72÷5=14.4년'이 돼 14년4∼5개월가량 흐른 뒤 2백만원의 원리금을 찾을 수 있다. 은행 등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및 청소년용 적금상품에 매달 용돈 중 일부를 불입,목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특히 어린이용 상품은 무료보험 혜택까지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석이조다. ◆ 자녀와 함께 생일예산 짜라 =전문가들은 자녀의 생일 등 기념일을 경제교육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생일잔치 예산을 아이에게 알려 주고 함께 계획을 세우라는 것. 이때 비용 중 절반 가량을 자녀들이 자신의 용돈을 미리 저축해 부담하도록 하는 게 좋다. 우선 생일잔치에 필요한 비용항목을 모두 나열한 다음 꼭 필요한 것을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생일잔치를 치른 후 차분하게 평가하는 것도 빼놓아선 안될 일. 돈이 모자랐다면 △예산이 원래 부족했는지 △낭비요인은 없었는지 △계산착오가 있었는지 등을 분석하자. 이같은 방법으로 제한된 수입에서 욕망을 억제해가며 합리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시킬 수 있다.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의 서영경 팀장은 "아이들은 세뱃돈 등이 갑자기 생기면 그냥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생일잔치 예산짜기 등은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길들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