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양관의 한 강의실. 노(老)교수가 들어서자 100명 넘는 학생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강렬한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한 사선 줄무늬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너무 마음에 안 드는 디자인을 오늘 일부러 꺼내 입었다”며 넥타이를 소개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넥타이에는 존 스튜어트 밀, 존 로크, 토머스 홉스의 초상이 반복된 무늬가 있었다. 서양정치사상을 가르쳐온 교수를 위해 10여 년 전 제자들이 특별 제작해 선물한 넥타이였다.이날은 30여 년간 강단을 지킨 김병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의 학부생 대상 ‘서양근대정치사상’ 마지막 강의였다. “무작정 진도를 나가기엔 시국이 엄중하다”며 그간 가르친 서양정치사상사를 총정리하는 강의를 1시간여 진행했다. 김 교수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뒀다.김 교수는 1982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시작해 모교에 몸담았다.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장, 한국정치사상학회장 등을 지내며 주로 강의와 학술 활동에 매진했다. 쉽지 않은 철학적 내용을 다룸에도 전공자뿐 아니라 타 과 수강생들에게도 ‘명강의’로 꼽힌다.김 교수는 요즘 으레 질문받을 법한 ‘계엄’이나 ‘탄핵’과 같은 단어는 단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만 강의 시작 전 영국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한 쪽을 화면에 띄운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한 듯했다. ‘그릇된 목표를 위해, 또는 관여해서는 안 될 일을 위해 권력을 휘두를 때 그 횡포는 다른 어떤 정치적 탄압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선 조국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 지지자들 간 설전이 오갔다. 오전부터 재판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은 대법원 앞 왕복 6차로를 사이에 두고 “재판 파기 환송”, “법정 구속” 등 각자 다른 구호를 외치며 신경전을 벌였다.이날 재판 결과가 나오기 약 3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서초역엔 피켓과 깃발을 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초역 8번 출구에는 “조국 무죄”를 주장하는 조 대표 지지자들, 맞은편 1번 출구엔 “조국 구속”을 외치는 반대 지지자들이 모였다.조 대표 지지자들은 “조국 재판 파기 환송”, “국법 질서 바로잡자” 등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30대 김 모 씨는 해당 재판이 “마녀사냥”이라며 “한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 혐의를 씌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새벽 4시 부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고 밝힌 50대 김 모 씨는 “재판이 파기 환송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명 남짓이었던 조 대표 지지자들은 오전 11시를 넘어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조 대표 반대 지지자들 또한 건너편에서 “조국 때문에 내 자식 학교 못 갔다”, “부끄럽지도 않냐” 등을 외쳤다. 경북 영주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왔다는 50대 강 모 씨는 선고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조 대표에 “화가 났다”며 “기소된 지 5년이 지났는데 더 연기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동양대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