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02
수정2006.04.01 23:04
무점포창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창업비용이 적게 들어 실패한다 해도 손실이 크지 않은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우선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뛰어도 충분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3명의 창업 사례를 소개한다.
[ 음식점 콜센터 홍보 박찬필씨 ]
박씨는 배달음식점 콜센터 홍보매니저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본업은 무역회사 사원.
지난해 12월 초 이 사업에 나서 3개월째다.
그가 하는 일은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를 돌며 주민들이 '1588-8868'번으로 전화를 걸도록 홍보하는 것이다.
이 전화는 신당동 일대 배달음식점 대부분과 연결된다.
따라서 음식점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도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이 사업의 관건은 영업이다.
음식배달을 많이 하는 상가지역 자영업자들이 타깃이다.
맞벌이부부가 많다 보니 아파트단지도 무시할 수 없다.
영업 나갈 땐 동네 배달음식점들이 정리돼 있는 '푸드쇼핑' 책자를 가지고 나간다.
이 책자는 본사에서 돈 주고 사는 것이어서 전단지처럼 함부로 뿌릴 수 없다.
아파트 문고리에 정성스레 꽂아둔다.
"점심시간에 30분 정도,퇴근 후 2시간쯤 영업을 합니다.점심을 후다닥 먹고 나서 지하철(2호선)을 탑니다.시청 부근 직장에서 집 근처 신당역까지는 10분 거리죠.점심 때는 상가 몇 곳을 돌고 곧바로 회사로 돌아가구요. 퇴근 후에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하지요."
창업비용은 1천3백50만원으로 많이 들지 않았다.
그런 만큼 수입도 한달 1백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입이 조금씩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
박씨가 받는 수입은 음식점 매출액의 5%.
자장면 1만원어치가 배달되면 박씨에게 5백원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 사업의 단점은 개인생활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퇴근 후가 영업활동 시간이기 때문이다.
"저녁 약속은 거의 할 수 없죠.시간이 돈이거든요.앞으로 더 땀을 흘리면 한달 3백만원 이상은 가능할 것 같아요."
(02)441-1764
[ 집먼지.세균 제거 진성길씨 ]
진씨가 내 사업에 도전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그는 유명 벤처기업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과장이었다.
7월에 퇴사해 9월에 무점포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비용은 1천8백50만원.
그가 하는 사업은 특수장비와 세제로 침대 소파 카펫 등을 청소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집먼지 진드기나 세균 등을 제거해주는 일.
진씨의 활동지역은 분당과 성남 일대다.
이 서비스업은 웰빙 트렌드를 타면서 성행해 지금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태다.
이 사업 역시 홍보와 영업이 관건이다.
따라서 사업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은 인내심이다.
"영업에 왕도는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말처럼 간단치 않습니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홍보를 3개월간 꾸준히 하다 보면 지치게 마련인데 이때가 고비예요.일정기간이 지나면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 주저앉으면 안되죠."
홍보활동 무대는 전철역과 할인점.
평일 장보기 시간이나 주말에 할인점에 출동해 주부들에게 전단지를 돌린다.
퇴근시간엔 전철역으로 간다.
눈에 잘 띄는 입구에 플래카드를 세우고 전단지를 배포한다.
3개월간 뛰며 홍보한 덕에 올들어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과장시절 월급 정도는 번다"는 게 진씨의 말.
이 서비스 고객의 특징은 단골이 많다는 점이다.
한번 이용한 고객이 다시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이 때문에 고객정보를 고스란히 PC에 저장해 놓았다.
때가 되면 전화로 서비스 권유를 하기 위해서다.
"서비스 하러 가면 잘사는 집도 있고 못사는 집도 있어요.별의별 요구를 다 하지요.
이럴 땐 과거를 머리에서 완전히 지우고 고객을 1백% 만족시켜줘야 합니다.구전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02)3452-0607
[ 탈모관련용품 판매 김정희씨 ]
김씨는 대구에서 소규모 피아노학원을 열어 짬짬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남편이 친척의 빚보증을 서준 게 화근이 돼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천성이 활달해 낯선 곳에서 2년간 살림만 하기가 힘들었다.
조그만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사업이 찜질방 용품점.
본사가 찜질방 안에 매장을 구해줘 점포를 얻으러 다니는 부담은 덜었다.
사실상 무점포 창업이다.
그러나 임대료가 한달 1백5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가장 힘든 점은 취급상품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
본사가 독자 개발한 기능성 제품이라 품질이 괜찮은데도 고개를 끄덕이는 손님들이 많지 않다.
김씨는 "열심히 설명해도 손님이 '싸구려'라고 단정해 헐값에 사려 할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한다.
주요 판매상품은 머리가 많이 빠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발보호모자와 모발복원 에센스팩을 비롯 기능성 샴푸,보디클렌저 등이다.
최근 찜질방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면서 이용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오전에는 주부,오후에는 가족,저녁에는 커플 손님이 많다.
김씨의 마케팅 전략 첫번째는 무료체험.
손님이 써보고 스스로 찾게 만드는 방법이다.
"써봤더니 효과가 좋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손님이 구매 후 불만을 나타내면 곧바로 돈을 돌려주는 환불전략도 구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올해 취급상품에 대한 지식을 완벽하게 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을 늘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창업비용은 모두 1천5백만원 들었다.
월 매출은 4백50만원 정도로 상품비와 임대료를 빼면 2백만원 정도 순익을 올린다.
(02)482-0028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