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올해 벤처기업 인수합병(M&A)시장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의 활성화를 위해 총2천1백75억원의 벤처M&A펀드를 운용,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고 2일 밝혔다. 중기청은 이미 M&A협회와 기술신보,기술거래소 등에 총 3백여개 벤처기업이 매각을 의뢰해온데다 앞으로 1백여개사가 더 신청해 올 것으로 보고 올해 시장 규모를 이같이 추산했다. ◆M&A펀드 결성에 적극 나선다=중기청은 먼저 말레이시아 정부와 공동으로 총 3백억원의 M&A펀드를 결성,한국 기업의 M&A에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오는 3월말까지 각각 1백50억원을 출연,M&A펀드를 만든 뒤 한국기술거래소에 펀드를 위탁 운영하게 된다. 또 중기청은 KTB네트워크 스틱IT벤처 한국기술투자 등을 통해 결성된 1천8백75억원의 M&A펀드를 본격 가동, 3월부터 총 2천1백75억원의 펀드를 활용해 M&A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M&A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제도 정비=중기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벤처기업 M&A 활성화계획을 마련하고 12월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해 개정했으며 오는 6월말까지 미공개 벤처주식 종합거래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기청은 이미 M&A 활성화를 위해 구주(舊株)를 현물로 투자하고 신주를 발행하는 주식교환을 허용했다. 주식가치공인평가제도를 도입,기술거래소와 기술신보를 공인기관으로 지정하고 양 기관이 주식 가치를 평가하면 법원 심사를 생략하도록 해 M&A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끔 조치키로 했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주식 현물출자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기술거래소와 기술신보가 평가한 금액을 자본금으로 인정해 자본금 증자에 따른 등기를 해주도록 한 것이다. 소규모 벤처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 영업 양수를 할 때 주총을 열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도록 했으며 미공개 기업과 코스닥 기업이 합병할 때 미공개 기업의 등록요건 심사도 완화했다. 조세특별법을 개정,주식교환을 할 경우 취득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늦춰주도록 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주식가치 평가와 기존 주식의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문제가 M&A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이미 법은 개정됐고 1·4분기까지 시행령과 고시가 개정되면 대부분의 M&A 걸림돌이 해결되는 것이다. 이일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오는 4월초까지 민간 전문가들로 벤처기업구조조정심의회를 구성해 벤처기업의 M&A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구조조정심의회는 세제지원대상기업 공인평가기관지정 주식가격평가방법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심의회는 회계사 변호사 평가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중기청은 미공개 벤처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 오는 6월말까지 벤처캐피탈협회와 공동으로 '창투사 보유 주식거래 정보망'을 만든 뒤 이를 '종합 벤처주식거래 시스템'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기술거래소 등을 통해 기업가치평가 모델을 개발,관련기관 및 업체에 보급해 M&A를 더욱 부추기기로 했다. 기술거래소와 기술신보는 M&A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과정도 설치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M&A 추진절차 및 전망=이같은 조치에 따라 앞으로 벤처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면 △양사 M&A 합의 △주식가치평가 의뢰 △기술거래소 및 기술신보의 주식가치평가 △현물 출자 △신주 발행 △신주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 등 6개 절차를 밟으면 된다. 타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신주 발행을 통해 할 수 있어 돈이 없어도 기술력 있는 업체를 인수할 수 있고 피인수 기업의 대주주 입장에서는 당장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M&A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수는 지난 연말 현재 7천7백2개사로 2001년 1만1천3백92개사에 비해 3천6백90개사가 줄어든 상태다. 이 중 신기술을 갖고 있으나 자금력 부족과 경기침체로 업체를 팔고 싶어하는 벤처기업들이 많다. M&A가 활발히 이뤄질 경우 이들 기업이 보유한 신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어 사회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중기청은 보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