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환율 방어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인 반면 내수(도·소매 판매액)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2001년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하며 성장잠재력 훼손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은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자료에서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이 수출 호조 덕에 2002년 같은 달보다 10.4% 증가,연간 전체로 5.0%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기지표는 조금씩 개선 통계청은 12월 산업생산 증가율 10.4%는 2002년 12월(11.4%) 이후 최대 폭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2월 80.9%로 11월(79.7%)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간 가동률도 78.2%로 2002년(78.3%)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내수경기를 가늠케 하는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작년 한 해 동안 -1.3%로 뒷걸음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12월 중 도·소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 지난해 3월(-2.2%)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11월(-3.7%)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설비투자 증감률 역시 12월 -1.5%로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11월(-8.3%)보다 폭이 축소됐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01.6으로 11월(100.9)보다 증가하며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고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지난해 11월 2.1%에서 12월에는 2.5%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이와 관련,"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데다 도·소매 판매 및 설비투자 감소 폭도 계속 축소되고 있다"며 미미하지만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내수가 여전히 관건 그러나 이 같은 생산지표 개선은 반도체 휴대폰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에 따른 것이어서 경기 회복 기대는 성급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44%)와 휴대폰 등 영상음향통신(21.4%)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통계적 착시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상태인 소비와 투자가 상승세로 반전되지 않는 한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좁히기 힘들 전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백화점 매출은 세일이 실시된 상태에서도 대선 때문에 세일이 중단된 지난해 12월보다 2.3% 줄었다"며 "소비심리 위축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환율 효과에 힘입은 수출 호조로 인해 소비와 투자를 제외한 다른 생산지표들이 좋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