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이 다 돼가는 청와대 인사발표의 '특징'이 한가지 보인다.새로 기용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발탁배경과 경력,심지어 인성 등 개인적 사항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교체사유는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엊그제까지 멀쩡히 일하던 고위급 핵심관료를 '단번'에 바꾸면서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30일 인사발표 때도 그랬다.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과 김희상 국방보좌관의 교체사실을 발표하면서 후임자에 대해서는 자세한 자료를 내고 설명도 했다. 그러나 교체 사유는 명확치 않았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보좌관은 각각 장관급 차관급으로 권부의 핵심에서 외교 국방과 같은 국가 안보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막중한 자리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력을 감안할 때 지근 거리에서 국가안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보직이다. 교체배경은 또 국민의 관심사다. 때로는 주요 외교상대국과 관계증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들의 진퇴,신규 기용은 그 자체로 국가 안위에 일정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미국과의 동맹관계,이라크 파병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같은 사안이 바로 이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밝힌 교체 사유는 "당사자들이 사표를 내서"라는 것이다. "언제 냈는가"라는 질문에는 "한참 됐다"고 했다. 김 전 보좌관의 경우 대통령을 대신해 이라크의 서희·제마부대를 격려하고 돌아온지 이틀만에 바뀌었다. 그래도 질문이 계속되자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북핵 외교에 치중했고,올해는 주한미군 재배치등으로 국방과 외교의 초점이 이동해서"라는 '비공식 설명'을 들려줄 뿐이었다. 지난 28일 차관급 5명을 교체할 때도 청와대가 밝힌 사유는 "본인들이 사표를 내서"였다. 당시 실제로 1명은 경질,4명은 총선출마 준비가 교체 사유였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