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약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들 역시 선거가 끝나면 상당수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주요 경제 관련 공약들의 달성(이행) 상황을 살펴보면 70%가량이 목표에 미달했거나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2003년 1인당 국민소득 1만3천달러 달성과 일자리 2백만개 창출은 실패로 끝났다. 주택보급률 1백% 달성 목표는 채워졌지만 부동산 가격의 이상 폭등으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안기면서 빛이 바랬다. 2003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공약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재정수지(일반회계)는 지난해까지 6년째 적자행진을 해온 데 이어 올해도 1조3천억원 상당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공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관료들의 탁상에서 급조됐던 글로벌 중소기업 1백개 양성과 전국 20개 지역을 벤처기업육성 촉진지구로 지정한다는 정책은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국내 총생산 대비 10%의 사회보장예산을 달성한다는 계획 역시 목표치에 훨씬 못미쳤다. 민생분야의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이었던 경로연금 10만원 지급은 3만5천∼4만5천원선에서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신용보증제도 도입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