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잔치는 고사하고 이제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는 칠순잔치도 쑥스러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70세를 훌쩍 넘어 이미 76.5세(2001년)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평균수명이 80고개를 넘어 미수(米壽·88세)잔치가 일반화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같은 현상은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탓이다. 엊그제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지난 99년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는데,오는 2022년에는 14%를 돌파해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최고 4배나 된다고 하니 세계 최고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평균수명 연장 외에도 세계 유례없는 낮은 출산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960년대엔 여성 한명의 합계출산율이 6명이었으나 70년대에는 4명으로 줄었고,2002년에는 1.17명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급기야 정부는 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출산장려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저출산율은 상대적으로 고령화를 가속화시켜 노동력 감소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력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노령인구가 필연적으로 복지관련 지출을 수반하고 있음은 물론이나 노인을 복지대상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들 나이에 걸맞은 일자리를 만들고 자원봉사활동을 유도하는 등의 생산적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퇴자협회를 창립한 앤드루 회장은 "고령자는 젊은층에 비해 육체적·지적·정신적으로 독특할 뿐"이라고 말한다. 생산성이 없는 돌봐야 할 존재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의 장기침체를 고령화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학자들도 많다.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구 구성이 피리미드형에서 항아리형으로 변하면서 여기에서 유발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긴 안목의 정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