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인 '뉴욕 맨해튼 5번가'가 사우디아라비아 및 쿠웨이트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도 생겨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명품을 찾아 해외원정 쇼핑도 마다하지 않는 중동 갑부들을 위해 프라다 조르지오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중동지역에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계 고급 백화점인 삭스 피프스 애버뉴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백화점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최소 4개의 매장을 추가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업체인 영국계 하비니콜스도 인근에 대형 백화점을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고급 구두 브랜드인 지미추를 비롯 조르지오아르마니,에트로 등 패션명품 회사들도 사우디와 쿠웨이트 진출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패션업체 미소니의 비토리오 미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지역의 매출 급성장에 놀라고 있다"며 "중동판 뉴욕 5번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판 뉴욕 5번가에는 그러나 '진짜 뉴욕 5번가'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이슬람교리에 따라 인체를 닮은 마네킹을 상점내 설치할 수 없는 게 대표적 예이다. 명품 상점에서 머리와 손가락이 없는 마네킹이 진열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점포는 아예 '남성 출입금지 지역'으로 제한됐다. 중동의 명품 고객들도 '뉴욕 명품족'과는 차별된다. 다채로운 색상의 화려한 의상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이슬람 교리 때문에 긴치마와 긴바지를 즐겨 찾는다. 터키 여성들이 입는 소매가 긴 전통의상인 '카프탄'에 '프라다' 상표를 부착한 패션이 유행을 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기다란 숄도 인기 품목이다. WSJ는 "중동의 일부 명품상점에서는 VIP 고객 출입구까지 만들고 있다"며 "수년간 경기 침체로 미국 유럽 일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명품 업체들이 중동에서 불황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