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내은행의 재무건전성을 82개국중 65위로,필리핀 터키보다 낮게 평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환위기 이후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합병·청산·인력감축 등 강도 높은 클린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덥지 못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국제수준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평가의 잣대가 정부 등 외부의 자금지원이 없을 경우를 가정하다보니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다수 국내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국내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징후는 뚜렷하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은행이 적자를 기록한데다 신용불량자 급증,SK사태,LG카드 위기 등을 겪으며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전년대비 무려 23%나 증가한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대다수 은행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카드부문을 은행에 단순 합병시킴으로써 엄청난 잠재부실 요인을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신용불량자,연체율 급증 등 카드문제가 큰 충격없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은행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도 1년새 36%나 급증하고 있어 금융기관이 다시 총체적 부실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결코 기우만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권은 물론이고 정부도 금융기관 부실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중에서도 카드부문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될 일이다. 단순히 카드사를 은행내부로 끌어들인다고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란 점에서 시장규모에 비해 난립한 카드산업을 수술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아울러 이번 무디스 평가에서 지적한대로 정부 개입을 축소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국제수준으로 높이는 노력도 절실하다. 그래야 관치금융으로 인한 부실재발을 막고,부실발생시 이를 적기에 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