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휘발유 경유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에너지값이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원유 도입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배럴당 31.93달러로 상승, 이라크전쟁 이후 10개월만에 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유가도 동반 상승, 석유공사가 전국 5백56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셋째주(1월12∼16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3백25.48원으로 1주일 전보다 2.50원 올랐다. 사상 최고가였던 작년 3월 둘째주의 1천3백53.40원에 바짝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작년 10월 둘째주 이후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중 경유도 ℓ당 평균 8백31.60원에 달해 지난해 이라크전 발발 직전(8백12.97원)보다 높은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25일 9백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석유공사는 국제 유가가 연평균 1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오르고 무역수지는 7억5천만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수출 감소와 투자 위축,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는 올해 석유비축 물량을 작년 7천1백80만배럴보다 1천만배럴가량 증가한 8천1백40만배럴(55일분)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가완충자금도 작년 5천60억원(누계)에서 올해 5천3백13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유가완충자금을 통해 국제 유가가 장기간 3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최고 가격제 지정을 통해 국내 유류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최고 가격제는 예컨대 휘발유의 최고 가격을 1천3백50원으로 고정하고 추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유업계에 보전해 주는 제도다. 정유업계에 5달러의 유가 상승분을 보전해줄 경우 40일을 버틸 수 있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