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그리스의 처녀 소피가 미혼모인 엄마 도나의 일기장에서 친부(親父)일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작품의 줄거리다. '바캉스 베이비'의 정체성 찾기를 중심으로 세대를 초월한 남녀의 애정관이 잘 묘사돼 있다. 아바의 원곡들이 애초부터 이 뮤지컬을 위해 쓰여진 게 아닌가 착각할 만큼 영국 극작가 캐서린 존슨의 극작술은 치밀하고도 정교하다. 이번 한국어 버전은 원곡의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가사 전달이 그런대로 잘 되는 편이다. 제작팀은 '댄싱퀸''아이 두,아이 두''에스 오 에스''머니 머니''댕큐 포더 뮤직'등 일부 가사들만 원곡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대부분 우리말로 바꿨다. 이 뮤지컬의 백미는 코러스다. 배우들의 독창은 무대 뒤에서 단원들이 내는 '코러스'의 지원을 받으면서 흥을 돋운다. 소피역의 배해선과 도나역의 박해미의 가창력에다 단원들의 코러스가 어우러지면 뮤지컬은 아바의 라이브 공연처럼 변한다. 지중해 연안 마을을 형상화한 두 개의 곡면 세트는 다양한 조합으로 무대 변화를 주도한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이 무대장치는 세트 주변에 장식된 바다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며,자연광에 가까운 조명은 해변의 상큼한 풍광을 연출한다. (02)580-130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