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20
수정2006.04.01 22:22
금융권에 때이른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특정 직책을 두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저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가 하면 공모로 뽑는 일부 직책은 10~2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석 중인 금융통화위원의 선임문제로 촉발된 금융권 인사바람이 설연휴를 계기로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금통위원 후보를 김종창 기업은행장, 신명호 전 주택은행장,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등 세 명으로 압축해 설연휴가 끝난 뒤인 다음주 중 한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김종창 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오는 5월인 김 행장이 금통위원으로 옮길 경우 후임 기업은행장에 대한 선임작업도 곧바로 시작될 전망이다.
올 금융권 인사의 하이라이트인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경영진 인사를 앞두고 물밑 움직임도 한창이다.
정부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개선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라 이 결과가 나오면 경영진 선임작업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행 체제 유지 △지주사 회장의 우리은행장 겸직 △지주사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분리하되 지주사 부회장 2명을 1명으로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처럼 금융권 인사바람이 본격화되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저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공석중인 금통위원에 순수 민간 인사가 추천되지 않으면 격렬한 거부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금통위원에는 현직은 물론 전직 관료 출신도 안된다"며 "관료 출신이 금통위원으로 임명되면 집회와 출근 저지 및 집무실 앞 농성 등 무기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노조도 오는 3월 주총에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다음주부터 대책 수립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성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다음달 중순에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위가 구성되는 만큼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곧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노조는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직책의 공모에도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리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이달말 임기만료되는 양종태 감사의 후임을 뽑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공모를 실시한 결과 금융회사 및 유관기관 출신 11명이 지원했다.
연합회는 이달 중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거쳐 한 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연합회 감사는 그동안 감사원 재경부 등 관료 출신이 차지해 왔다.
또 오는 3월 새로 설립될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도 현직 공무원 한 명을 포함해 19명이 지원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설연휴가 끝나면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은행장을 중심으로 인사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