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과 한국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김치 불고기는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단골로 추가된 단어가 영화,TV드라마다. 일본 시장의 한류 열풍을 떠받치는 최고의 주인공들이다. 한류 열풍에 일본 언론이 최근 일제히 찬물을 끼얹었다.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탤런트 최지우와 관련된 해프닝 때문이다. 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지우를 만나게 해준다는 선전만 믿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 팬들이 여행사 측의 준비 소홀로 허탕을 쳤다고 회초리를 날렸다. 그리고 약 2백명의 팬들이 보통 한국 여행보다 훨씬 비싼 돈을 냈지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언론이 거명한 주최측은 일본 여행사인 JTB와 한국관광공사, 롯데관광이었다. JTB가 고객을 모으고 한국관광공사와 롯데관광이 이를 지원,제휴하는 방식이다. 언론은 JTB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요금을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지우와의 실제 대면 등 스케줄을 챙기지 못한 한국 파트너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해프닝에는 여행사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꼭 될 것으로 믿고 추진했는데 막판에 비틀렸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언론은 여행사와 최지우 사무소 간의 '합의'가 없었다고 지적,이번 여행이 인기에 편승한 밀어붙이기였음을 간접 시사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꼽는 한국식 일 처리의 장점은 '스피드'와 '도전'이다. 그러나 한국을 흠집내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지나친 스피드는 '졸속',도전은 '무모'로 비쳐질 수 있다. 이들은 이번 해프닝을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흘렸을지 모른다. 한류 열풍이 일본인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제2,제3의 해프닝은 한류 열풍을 단숨에 찬바람으로 돌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경고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