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에서 업무혁신을 지원하고 부처내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이를 전담하는 이른바 '혁신담당관'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모양이다. 얼마전 중소기업청이 조직개편에서 혁신담당관을 도입한 것을 비롯 재경부 등 각 부처로 이를 확산시킨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한다면 그 자체가 물론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꼭 그런 제도를 도입해야만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혁신이라는 것이 담당관을 새로 두거나 부서를 신설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혁신을 못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혁신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조직에 활력이 넘쳐야 혁신도 가능한 것이고 보면 정부 부처라고 하더라도 관료주의적 접근이라든지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자칫 총무과나 행정법무담당관의 업무는 그대로인 채 혁신담당관이 중복 내지 옥상옥 성격을 띠게 된다면 되레 혁신의 효율성만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무 조정이야 어떻게 한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혁신담당관 제도가 청와대 정부혁신위원회의 부처내 창구로 활용된다면 부처의 자율성보다는 청와대의 입김만 더욱 세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공직사회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경찰청에 이어 외교부 등의 불적절한 발언 파문과 징계로 인해 지금 공직사회는 말하지도 않고,듣지도 않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 행동강령으로 채택된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공무원의 책임있는 언행이야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동료들조차 대화를 꺼릴 정도라면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능력보다 기강이 먼저'라는 대통령의 말도 이해가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혁신분위기 고양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담당관 제도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도 있다. 부처내 의사소통이 촉진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입조심을 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조직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이 중요하다고 해서 직제나 부서를 신설한다면 끝도 없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대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본다. 더구나 그 목표가 혁신이라고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혁신을 유인할 제도나 분위기 조성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