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한화그룹이 재작년 대선 직전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을 통해 노무현 후보 캠프에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10억원을 전달한 단서를 포착해 15일 이 전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이 노 후보측 캠프에 전달된 사실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에게서 10억원의 CD를 받아 이상수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장에게 전달한 정황이 있어 소환,조사했다"며 "이 전 의원은 피의자내지는 피내사자 신분"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도 이날 대검청사에 출두하면서 낸 보도자료에서 "재작년 12월16일 제주도 선거유세 도중에 한화 김현중 사장으로부터 액수 미상의 후원금을 받아 다음날 보좌관에게 이상수 의원한테 전달토록 지시했고 보좌관을 통해 그대로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한화측에 자금지원이나 후원금 지원을 일절 요청한 바 없으며 김 사장이 전달한 지원금 내용 역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출두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과는 친하지만 업무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화측에서 돈을 받은 경위 및 영수증 발부 여부를 추궁하는 한편 17일 이상수 의원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이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성공회대 총장을 역임했고 김승연 회장은 현재 성공회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점에 주목, 김 회장이 출국금지 조치 하루 전에 출국한 배경에 이 전 의원이 개입됐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아울러 한화측이 한나라당에도 수십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한화측이 노 후보 캠프에 전달한 10억원의 출처는 한화건설이 대덕테크노밸리 조성공사 등에서 조성한 비자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대덕 테크노밸리 조성공사를 맡았던 한화건설이 연암제거 및 성토공사 가운데 일부를 S건설에 하도급주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1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노 캠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최태원 SK㈜ 회장을 오는 19일께 소환해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유용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