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인터넷 대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면서 컴퓨터 보안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최근 대형 통신사 네트워크와 일부 기업체에서 웜이 전파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자 지난해 초 전세계는 물론 국내 인터넷망을 초토화시킨 '1·25 사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정부나 기업체,일반 네티즌들의 보안 의식이나 대비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인터넷 대란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는 평가다. ◆제2의 1·25대란 가능성=지난 주말 KT와 하나로통신 등 대형 통신사의 국제망 트래픽이 폭증하자 보안업계엔 비상 경계령이 발동됐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국제망에서 조절 가능한 트래픽이라 걱정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웜이나 바이러스에 민감한 보안업계로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처지다. 컴퓨터 백신업체 하우리는 이상 트래픽의 원인이 2년여 전 처음 등장한 '아고보트' 웜의 변종이라고 진단했다. 하우리 관계자는 "이 웜은 소스코드가 공개된 상태여서 매주 평균 40∼50개 변종이 새로 쏟아져 나온다"며 이 같은 형태의 웜을 막기 위한 보안패치 설치를 당부했다. 최근 들어 일반 기업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종 웜이 속출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1·25 대란의 재발 가능성에 대해 경계 태세를 늦춰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재작년 발생했던 '9·11테러'의 1주년 때도 미약하긴 했지만 테러와 관련된 웜이 출현했었다"며 "악의적인 해커들이 구정 연휴를 노려 1·25대란의 '슬래머'와 같은 악성 웜을 유포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흡한 보안 의식과 인프라=1·25사태 당시 우리나라는 전세계 감염대수의 11.8%에 해당하는 8천8백여대에서 시스템 피해를 입으며 '인터넷 강국'의 자존심이 무너졌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 건 없다는 게 보안업계의 중론이다. 작년 하반기 들어서도 블래스터와 소빅.F 등 신종 웜이 잇따라 출현해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다. 신종 악성 코드의 수도 전년 대비 5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보안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정부 차원의 대비책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1·25대란 이후 PC 출고 단계에서부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백신업계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번들용 백신 가격을 턱없이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었다. 정통부가 해킹방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포털사이트 '보호나라'는 지난해 4월 말 개설되자마자 해킹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도 벌어졌다. 또 침해사고를 조기에 탐지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인터넷침해사고대응지원센터도 작년 말에야 구축돼 정부의 보안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 만들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